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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연주하듯 일하기

잡학사전

by Leonard Park 2014. 7. 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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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연주하듯 일하기

‘어떻게 일에서 만족을 얻는가’를 읽고

 

 

내가 하는 일에서 행복을 얻으며 살아가는 것 만큼 축복 받은 삶이 있을까?

우리는 일이란 기본적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살아간다.

일을 하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보다 일의 성과와 보수에 큰 관심을 보낸다.

일에서 행복을 얻기보다 지겨운 밥벌이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일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것은 왜 일까?

이 책 에서는 그 것이 우리가 일을 하면서 정해진 ‘규칙’과 ‘인센티브’만을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규칙과 인센티브는 당장은 일의 능률을 높이고 실적을 올린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을 악화 시킨다.

규칙은 틀에 박힌 평범함으로 일을 단순히 표면적 성과를 올리기 위한 기계적인 반복으로 만들어 버린다.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는 일반적으로 표준화된 규칙들을 따른다.

하지만 업무 효율성과 책임감, 이윤, 성과를 위해 세심하게 고안된 제도들도 정작 특정한 상황에 필요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지는 못한다.

모든 상황에는 나름의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해진 규칙에 나와 있지 않는 문제들을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실천적 지혜’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안한 개념을 재해석한 실천적 지혜는 올바른 사회적 실천과 개개의 목적을 위해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실용적이고 윤리적인 ‘일머리’를 의미한다.

이는 상황을 인지하고 실천에 옮기기까지의 행동을 포함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원전 4세기 레스보스섬에서 일하는 석공들을 통해 규율이 대체할 수 없는 개인의 지혜와 판단력을 깨달았다.

당시 현장에서 일하는 석공들에게는 직선으로 된 자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 자로는 둥근 기둥의 둘레를 잴 수가 없었고 이들은 납으로 자를 만들어 유연하게 구부려 사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모습을 보고 기둥에 맞게 자를 구부리는 지혜가 모든 일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업무에서 실천적 지혜는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일하는 방법에 대해 책에는 다음과 같은 예가 나온다.

어느 대학병원 단순 관리직에 임용된 로크는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들의 병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받았던 직무 기술서 내용대로 매일 성실하게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환자의 아버지가 로크에게 달려와 잔뜩 화를 냈다.

로크는 환자 아버지가 잠깐 병실을 비우는 동안 청소를 했지만 그는 로크가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오해를 했던 것이다.

로크는 더 이상의 말싸움이 되기 전에 다시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런 로크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환자 아버지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 아들이 여기 온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고 하네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약 20개에 달하는 그 직무 내용에 ‘환자를 돌봐야 한다.’거나 ‘보호자의 마음을 배려해야한다’는 항목은 없었다.

하지만 로크는 자신의 업무를 ‘병실을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가 편히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스스로 정의했다.

병원 관리 업무 차원이 아닌 병원 의료 서비스 업무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그에게 직무 기술서는 단지 해야 할 일이 적힌 가이드에 불과했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일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평소 가지고 있던 일에 대한 신념과 지혜였다.

환자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스스로 판단했던 로크의 행동은 그 옛날 석공들이 자를 구부려 사용한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업무 매뉴얼이나 직무 기술서와 같은 곧은 자 대신 자신이 가진 자를 구부릴 줄 아는 지혜가 바로 ‘실천적 지혜’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의 본질과 목적을 분명히 아는 것이다.

주어진 일에 대해 ‘왜 일하는가?’ 하는 목적을 내면화하고 있다면 실제 업무는 그 목적에 맞게 직접 생각해 자를 구부릴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책에서는 루크 같은 병원 관리인 말고도 사람들을 대하면서 판단을 거듭하는 업무를 하는 수많은 직업에서 이 실천적 지혜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는 동시에 윤리적 고려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변호사, 의사, 교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 고객과 효과적으로 소통해서 가장 좋은 스타일을 찾아내야 하는 미용사, 위기 앞에서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소방수나 군인 등 현대인이 가지는 대부분의 직업에 실천적 지혜는 유용한 작업 도구가 된다.

하지만 규칙에 얽매인 제도는 자기 생각으로 최선의 판단을 하려는 사람들을 탄압하고 결과적으로 실천적 지혜를 우리의 일터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악순환이 계속될수록 사람들의 일에 대한 만족은 물론 성과도 떨어져간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직업을 잃고 아내와 아이를 부양할 돈이 없어 장난감 총을 들고 택시 강도 사건을 저지른 마이클에게 로이스 포러 판사는 판결 지침에 있는 최소 형량인 24개월이 너무 긴 형기라고 판단했다.

그는 판사 재량으로 11개월 15일을 판결하고 가족 부양이 가능하도록 낮에는 마이클이 밖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초범이었고 아무도 다치지는 않은 사건이라는 점과 범인이 임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느라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그에 준하는 학위를 따고 건실히 가족을 부양해온 점을 반영한 것이었다.

포러 판사처럼 시스템의 허점을 자신의 재량으로 극복하며 실천적 지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도 시스템의 벽에 부딪혀 뜻한 바를 펼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포러 판사는 이 판결 때문에 판사직을 떠나게 된다.

마이클에게 내린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검찰의 항소로 다시 5년을 구형하라는 펜실베이니아 법원의 명령에 불복한 탓이었다.

다음으로 인센티브는 일을 하는 사람의 사기를 낮추고 일 자체의 도덕성을 잃게 한다.

직업 생활에서 자발적 도덕성이 붕괴되면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더 의존하게 된다.

어느 학교에서 독서 점수가 어느 정도 쌓이면 아이들은 상을 받았다.

점수가 가장 높은 학생은 1등상을 받았다.

이 방식은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아이들이 신들린 듯 책을 읽었다.

하지만 원래 책 읽기를 좋아 했던 어떤 아이는 이제 두 가지 기준으로 책을 골라 든다고 했다.

하나는 분량이 적은 책, 다른 하나는 활자가 큰 책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 아이에게 독서란 오직 책 한 권을 끝내고 다른 책을 집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교사들이 완전히 격식화된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시험 점수 올리기에만 주목한다면 교사들이 보여주는 인센티브 위주의 행동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옮아간다.

그러면 학생이든 교사든 ‘반복과 주입식 수업’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끊임없는 시험과 반복 학습에 노출된 학생들은 숙달보다는 성적을 지향하게 된다.

이렇게 교사와 학교 당국이 시험에만 주목하도록 자극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시험 점수가 높더라도 참된 가르침이라는 목표를 절대 달성할 수 없다.

특히 진료 성과를 환자의 수로 측정하는 제도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천천히 듣고 진단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시간당 수급제에 길들여진 변호사들은 의뢰인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일한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보는 데 집중하게 되어 점차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이렇게 묻기 시작한다. “이 일은 할 만한 가치가 있나? 내가 시간당 보수를 포기할 정도로 가치가 있나?”

더 큰 성과를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인센티브는 오히려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감각을 빼앗고 일에 대한 자발성을 앗아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일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책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속해 있는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변호사의 활동 시간을 비밀로 함으로써 영리와 봉사라는 양쪽 가치 모두 충족하려 하는 마호니 법률회사, 교사 평가 기준을 교사들 자신이 세울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제도를 만든 버몬트 주의 교육제도 등이 그 예로 소개된다.

실천적 지혜가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실무자의 재량권을 보장하고 융통성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일 생활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일에서의 지혜를 키움으로써 결국 얻게 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인류의 번영’이라고 했던 것 즉 ‘행복’이다.

인생과 일이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어떤 기계적인 기법이 아닌 ‘인간성에 바탕을 둔 섬세한 일의 도구’ 실천적 지혜를 권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판단은 일의 만족을 가져오고 만족감은 행복으로 이어지며 행복은 또다시 지혜로운 판단을 낳는다.

이런 선순환이 실천적 지혜가 추구하는 것이다.

업무는 물론 인생에서도 수없이 많은 변수와 다양한 비상 사태가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파편화된 업무를 양산하고 또 그것을 생각 없이 수행하는 것은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한 인간의 판단력과 대응력을 가장 잘 또 가장 바르게 발휘할 수 있는 일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나 행복한 개인이 되기 위해서나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재량적 판단이 가능할 때 행복을 느낀다. 재량권이 있으면 실천적 지혜가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면 일이 제대로 진행된다. 우리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 판단력을 기르고자 하는 이유는, 판단력이 있어야 다른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감을 맛본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정해진 규칙과 인센티브에 무조건 따르기보다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따르는 것이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규칙과 인센티브만을 따르는 기계적인  일이 아닌 뜨거운 열정과

우리 안에 내재된 실천적 지혜를 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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